돌아보면, (당시엔 잘 몰랐지만)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지었던 몇가지 사건들이 있었던 것 같다.
#1. 어렸을때 희귀병을 앓아서 유치원 다닐 나이에 매일 혼자 지내서 친구랑 노는 법을 잘 몰랐다. 그러다가 초딩 1학년 때 (기억은 확실하게 나지만 설명하기 민망한) 아주 작은 사건 하나로 반 애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6년간 거의 반장을 도맡아 했다. 소심하고 얌전한 아웃사이더가 골목대장(?)으로 거듭났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2. (지금의 지인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중학교땐 또래에 비해 체격도 나쁘지 않았고 운동신경이 좋고, 무엇보다 지는 것을 싫어해서 싸움도 잘하는 혹은 잘한다고 믿어지는 축이었다. 게다가 젤 친했던 친구가 싸움을 매우 잘해서 우리 커플(?)은 요즘 말로 치면 일진에 가까웠다. 중3으로 올라가던 해에, 다른 커플이 학교의 짱을 가리는 2:2 싸움을 걸어왔다. (객관적으로도 실력이 딸리긴 했지만) 학교의 짱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우리는 그냥 두들겨 맞았고 그들은 학교를 접수했다. 이후 그들은 조폭이 되었고, 나랑 내 친구는 지금도 잘 만나며 사회에 해 안끼치고 산다. 짐으로써 이기게 된 승부처였던 것 같다.
#3. 중학교때 워낙 흥미진진하게 살아서 공부랑은 거리가 멀었다.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가 나중에 내 대학등록금을 내고 싶다고 얼마되지 않는 쌈지돈을 모으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았고, 고딩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에 공부를 한번 찐하게 해봤다. 한번 공부했던 것을 다시 배워서 시험을 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 그 길로 계속 공부 열심히 했다. 중 3 겨울방학은 내가 공부하는 삶으로 돌아설 수 있는 승부처였던 것 같다.
#4. 2002년 7월. 결혼을 하기 위해 (워낙 사적이라 얘기하기 민망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서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결혼 7년차인데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거겠지..ㅎㅎ
(인생 전체로 보면) 1~4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어쨌든 또 하나의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2년 남짓한 기간의 꿈이 그저 꿈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의미있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승부처 같다. 'Entrepreneurship'에선 시도 자체가 의미있다고 하고 (나 자신도 그렇게 느끼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내 꿈 때문에 주변에서 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꿈이 이뤄지면 더 좋을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