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 생략)...실리콘밸리의 독특한 환경은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자에 대한 차별화된 인식을 갖게 만든다. 첫째는 ‘나도 열심히 일하고 운만 좀 따르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 녀석이 어느 날 상장을 통해 수백억원대 부자가 됐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산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몇십억원 정도 가진 사람들을 딱히 부자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또한 실리콘밸리의 높은 생활비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만장자들을 생각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부자들이 가진 부에 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구글의 초기 직원들 중 몇몇은 분기마다 한 번씩 별도 모임을 갖는다. 이들이 모이는 이유는 자신들이 엔젤투자(유망 벤처기업에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한 회사의 경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구글 주식의 상장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 젊은 엔지니어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 자기 소유의 집도 없다. 부동산이 아닌, 자기 후배들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엔젤투자가 명분도 지니지만, 실리 또한 가져다주리라 믿는다. 자신들이 성공한 것처럼 후배들도 성공하지 못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엔젤투자가 성공할 경우 구글의 젊은 직원들은 또다시 수천 배의 이익을 챙기게도 또한 될 것이다. 간혹 투자가 실패로 끝난다 해도 크게 상관없다. 이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창업을 통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기존 부자와 차별 ‘사회적 기업가 정신’ 애용
실리콘밸리에 흐르는 벤처캐피털 자금 중에는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20%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시스템’을 통해 이미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얻어 창업하고 그 회사를 상장하거나 인수시켜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된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투자대상 기업에 제공하기도 한다. 넷스케이프를 창업한 마크 앤더슨이 대표적인 예다.
실리콘밸리에서 특히 애용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Social Entrepreneurship(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다. 이는 시민단체와 기업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조직은 일반기업과 똑같이 운영되지만 명분과 목적은 공익에 기반을 둔다. ‘룸 투 리드(Room to Read)’라는 조직이 대표적인데, 이 조직은 방글라데시와 네팔 등 문맹률이 높은 국가에 도서관을 짓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단체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일명 ‘실리콘밸리 부자’인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인 DFJ도 Room to Read에 투자했다. 이들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서도 기존 부자들과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좀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
이런 투자를 하려면 실리콘밸리의 물가와 생활수준 등을 감안할 때 최소 수백억원대 자산은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젊은 나이에 일군 수억, 수십억원의 자산에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렇게 한 단계 높은 부의 재생산, 또는 환원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나 인큐베이터로서의 제2의 삶을 실현해 부, 명예, 보람을 모두 달성하려는 욕구. 이 욕구가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하는 동기다.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이러한 부에 대한 관념을 발견한 것은, 필자가 처음 실리콘밸리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알게 된 가장 큰 기쁨이었다. 큰 부를 이뤘음에도 결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부의 재생산과 환원을 하는 그들에게서 일종의 역할 모델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바처럼 말이다.
얼마전에 주간동아에 기고한 내용의 일부이다. 난생처음 원고료를 받았더니 기분이 좋다. 작은부자되기 프로젝트라는 특집기사의 일부로 실리는 것이라 앞부분은 아래 내용과 크게 상관없는 내용이 붙어서 전체적인 글의 논점이 좀 흐려졌었다. 그래서 블로그에선 뒷부분만 발췌하여 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