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이 좋아하는 고소영 누님이 나왔던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는지. 그 드라마의 스토리는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한 후 하루아침에 대궐같은 집에서 단칸방으로 옮겨 살게 되는 식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아마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가 많이 기억들 날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부도)로 인한 집안의 쫄딱 망함'. 대한민국에서 사업가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그리는데에 드라마만큼 기여를 많이 한 것도 드물것 같다. 이안도 어렸을적부터 '절대 사업은 하지마라..'라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스토리를 작가들이 즐겨 쓴 이유는 그만큼 주변에서 흔히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IMF라고 불리우는 사건 이전을 돌아보면 사업을 위한 자금이 은행으로부터의 대출 (즉, 자본이 아닌 부채)인 경우가 많았고,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부도처리가 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600%를 상회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다. 물론 Finance에서 배우듯이 적절한 부채비율은 기업에 긴장감을 주고 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을 낮춰서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사업가들의 펀딩 구조는 도가 지나쳤던게 사실이고 그것이 사업가 = 부도의 위험을 지닌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사업가의 이미지를 안좋게 만든것은 '사기' 혹은 '대박'과의 연관성이다.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을 통해 사업가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꽤 있으며, 대박만을 쫒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지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사기꾼적인 사업가도 꽤 많이 있는게 사실이고.
이렇게 사업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일들이 잦다보니 한국에선 '저의 직업은 사업가(entrepreneur)입니다'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한 것이 사실이고, 거기에 경제불황까지 겹쳐서 대학생들의 장래희망에도 '사업가'보다 '공무원'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사업가'가 왜 많지 않은가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내수시장의 크기와 부동산/사교육비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크기로 인해 '다양한 사업(롱테일, 니치마켓 등등)'이 발달할 여건이 열악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이안의 기존 포스팅 참조) 즉, 사업해도 리스크만 크지 전망이 밝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상대론,일반론적인 이야기임)
이쯤 되면 이안이 '사업가가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는 게 예상될 것이다. 일단 거시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덩치 큰 2차산업이 아닌 3차산업, 정보산업 위주로 옮겨가면 갈수록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기업가정신이 활발해질 수 있느냐'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안은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보산업, 3차산업에서는 과거와 달리 대기업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닐 것이고 오히려 작고 빠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고 빠른 기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그 나라 경제의 dynamics가 증대되고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다. 사업가들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작고 빠른 기업을 만들면 대기업과 경쟁하여 성공할 확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이안이 여기에 와서 놀라고 있는 점은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자신을 'entrepreneu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실리콘밸리에는 말이다) 그만큼 사업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좋다. 최근에 사업가 몇명을 패널로 불러서 discussion을 하는 자리에 다녀왔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흰머리가 수북한 최소 50은 되어보이는 사람들이었는데, 자기 커리어의 대부분을 사업에 바친 사람들이다. 물론 빌게이츠처럼 대단한 사업가들은 아니었지만, 혼자 혹은 몇명이서 회사를 시작해서 20-100여명 되는 회사로 키운 후 HP나 GE같은 대기업들에 회사를 팔고, 또 다른 사업을 하고, 때론 IPO도 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그렇게 꾸준히 사업을 해 온 이유를 물으니 하나같이 '뭔가 창조하고 그를 통해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매스컴을 위한 자리도 아니고 상당히 사적인 자리였기 때문에 있어보이려고 그냥 하는 얘기같지도 않았다). '대박'을 터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창조작업을 통해 시장에 뭔가를 내놓는 그런 이유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10년간 안철수,이해진,김범수,장병규와 같은 스타 사업가들을 포함하여 적잖게 젊은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안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은 사업을 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언젠가는..'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성공적인 사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예 :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 증가, VC 등)가 점점 발달되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