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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3 글로벌 웹사업을 시작할때 생각해보면 좋을 점 (8)

몇년전에 공무원인 사촌형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해 이런저런 토론을 하다가, 사촌형이 '그런데 인터넷은 다 내수산업이잖아. 수출로 달러를 벌어와야 국가경제에 좋은 산업이지' 라고 말해서 잠시 머리가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 부쩍 국내 인터넷 회사들의 글로벌화에 대한 논의가 종종 들린다. '글로벌화만이 살길이다'라는 당위론에 대한 주장, 왜 성공사례가 없는가에 대한 탄식, 실패한 케이스를 보고 '이래서 실패한거다'라는 결과론적 분석, '이래야 성공하지 않을까?' 라는 견해제시, 우리는 글로벌로 간다는 선언 등 다양한 논의들이 블로그나 미디어 등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종종 이안도 인터뷰 요청을 받고 응할때가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멀고멀고또먼데도 그나마 여기까지 온 국내 웹 startup이 없어서인 것 같고, 2년 정도 맨땅에 헤딩한 얘기가 재미있게 들리기 때문인가보다.

아직 이안 역시 커다란 성공사례를 만들었거나 하진 못했지만 그동안 이안이 느낀 점을 공유하는 것도 출발하는 분들에겐 생각할만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몇자 끄적여본다. (부제: 글로벌 웹사업을 하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점)

1. 정확한 컨셉을 잡고..
글로벌 시장은 그야말로 무림고수들이 슝슝 날아다니는 시장이다. 우크라이나에 가면 김태희가 소를 몬다드라 하는 농담을 생각하면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다. 자신의 컨셉 혹은 기술이 엄청나게 탁월하고, 특허와 각종 진입장벽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해도, 지구 어딘가에선 동일한 일을 누군가는 (어쩌면 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시장을 뚫어지게 쳐다봐서 정확한 컨셉/포지셔닝을 잡지 않으면 sustainable한 비즈니스를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흐름에 맞는 제대로 된 컨셉/포지셔닝을 잡은 회사들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컨셉이란 것을 잡기가 어려운 것은 '찐득함'과 '번뜩임'이 모두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번뜩임이 있더라도 찐득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힘들다. 인더스트리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300시간(하루 2시간*5개월) 정도는, 시장이 과거에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론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조사를 해야 번뜩임과 결합된 winning strategy가 나올 가능성(꼭 나온다는 것이 아니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창업멤버들 중 자신의 기업이 속한 영역에서 이런 고민을 해온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웹서비스 중에는 이 정도 시간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아이템으로 quick hit가 가능할수도 있지만, quick hit는 그만큼 수명이 짧다.

2. 목숨(?)을 걸어야하며..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자원(인력,자본,설비,비즈니스네트워크 등)이 희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외를 진출할 생각을 한다. 당연히 투자자들도. 미디어들도 그런 스토리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웹사업의 핵심인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모델은 (거의 실시간으로) 해외에도 알려져서 유사한 서비스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사업을 하려면 애초부터 글로벌을 타겟하고, 글로벌에만 집중을 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등장하고 있는 도티님, Todd님, 형대표님 등의 글로벌 우선 진출 모델은 의미가 깊다. (관련기사: 헤럴드 경제 권선영 기자의 글)

3. 꼬리표를 띠어야 한다..
작년에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한가지 원칙을 세웠었다. '성공할때까지 절대 한국회사임을 티내지말자'는 것이었다. 한국출신 기업이라는 딱지표를 달면, 사업 초반에는 IT강국에서 온 기업이라고 초반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을수는 있지만 비즈니스에서 major player로 자리매김하는데엔 도움이 안된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비즈니스 아이덴티티 이전에 항상 한국기업이라는 아이덴테티가 선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브랜드가 알려져있으니 어쩔수 없겠지만 스타트업들은 이런 면에선 오히려 자유롭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했으면 철저히 글로벌 브랜드로 처음부터 포지셔닝해야 한다.

써놓고 보니 '공부를 잘하려면 국영수를 잘해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쓴 것 같아 민망하다. (그래도 공부를 잘하려면 확실히 국영수를 잘해야 하긴 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한데 나중에 혹시 성공하게 되면 쓰도록 아껴놔야겠다..^^

Anyway,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논의나 평론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목숨건 시도'들이 실행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