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와의 대화 중 발췌한 부분임. VC는 실명을 밝힐 경우 이래저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처리할 예정임. (본인이 실명을 원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아래 대화내용은 전체 대화중 발췌한 것이라 주제가 일관되지는 않음

이안: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의 기업들에도 투자를 하는가?
VC: 최근 들어 어느 나라 회사이냐의 구분이 무의미해짐. 옛날에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서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서 회사를 만들고 있음. 이스라엘 스타트업도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고, 싱가폴 회사도 있고, 인도 출신 인재들이 뭉친 회사는 많음. 예를 들어 리야닷컴(현 라이크닷컴)은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주요 개발진들이 모두 인도 출신이며 인도에 지사도 있음. 그럼 그 회사가 인도회사인가 실리콘밸리 회사인가?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스탠포드 출신 회사들에만 투자하던 VC들도 이제는 글로벌 무대를 보지 않을 수 없음.
이안: 2000년 이후 최고 호황이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
VC: 실리콘밸리에 있는 펀드의 절반 이상이 10년 내에 망할 것이라고 생각함. 특히 큰 펀드들이 문제임. 이들은 투자액이 return보다 큰 상태임. 즉 회사가 생겨나는 속도보다 투자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할 수 있음. 펀드가 클수록 벌어들여야 하는 금액의 절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것임. 우리의 전략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임.
이안: 창업자들과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어떤 방식으로 일하나?
VC: 기본적으로 VC지분은 창업자 우호지분임. 하지만 창업자라도 일을 못하면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함. 계약으로 집어넣진 않지만 충분한 pressure를 줌. 하지만 일을 못하냐 잘하냐를 판단하는 것이 쉽진 않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의 절반은 wrong suggestion이라고 생각함. 왜냐면 그들은 맨날 그것만 생각하고 있고, 우리는 가끔 생각하기 때문임. 이때 얼마나 탄탄한 논리로 반박할 수 있느냐가 창업자가 필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함.

이안: 인터넷 벤처 회사들에게 적정한 펀딩규모는 얼마 정도인가?
VC: 돈은 적을수록 적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팀원 5명이 5개의 great idea를 창업자에게 가져온다고 가정하자. 창업자는 팀원의 사기를 생각해야 하고, 돈도 있는 상태라면 5개를 다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럼 5개 다 잘 안된다. 돈이 없어야 우선순위화하여 5개중 3개만 선택해서 추진한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 높다.

지난주에 방한한 크리스텐슨 교수가 국내 모 그룹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꼽사리 끼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크교수님의 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이야 워낙 유명하고 또한 블로그 포스팅 하나로 커버할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고, 그날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을 소개하자면,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은 과거에 Disruptive Innovation에 성공하여 미국 기업들을 따라잡았지만 이를 지속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에게 파괴 당했지만 계속해서 이노베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재역전할 수 있었다."


크교수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극명히 보여주는 이벤트가 지난 주에 열렸으니 바로 YCombinator(www.ycombinator.com) 라는 VC가 주최한 Startup School 이라는 이벤트였다. YCombinator는 주로 early stage에만 투자하는 VC이다. 매년 Summer Camp를 개최하는데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계획서를 받아서 선별하여 캠프에 참석케 한다. 이 캠프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각종 법률,재무,경영 지식 등을 가르쳐주고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유명인사들이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겪게 되는 각종 고충 및 경험 등을 공유해 준다. 또한 캠프 말미에는 다른 VC들로부터도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을 한다. TechStars (www.techstars.org)라는 곳도 이와 동일한 캠프를 개최한다

참석자의 면면과 강의내용 요약본을 보아도 그냥 마케팅적인 이벤트가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강의 내용 요약본은 아래 링크 참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페이팔의 founder가 나와서 '성인남자의 8%는 적녹색맹이니까 웹사이트의 색깔 톤은 blue로 하는게 낫다'와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고, '엔지니어 위주의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술적 perfection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라는 insightful한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의 부재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꽤 있는 걸로 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변화의 씨앗이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이 될 수 있을테니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행사를 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며..

http://www.bosstalks.com/topic/52

http://www.scribd.com/doc/18290/Y-Combinator-Startup-School-2007-Notes

전자신문에 '벤처캐피털, 벌써 찬바람' 이라는 기사(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609070209)가 이안의 눈길을 끌었다..이안은 한국 VC업계에 직접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미국 VC를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ㅋㅋ) 일단 기사에 나와있는 찬바람의 이유를 살펴보니 결국은 투자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투자처가 없다는 것일까? 기사에 따르면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단다..
1.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했고, 로봇과 유비쿼터스는 수익모델로 연결이 안된다
2. 코스닥 시장이 불황이라 exit이 안된다
3. 산업은행이 너무 비싸게 주고 사서 경쟁이 힘들다
그러면서 VC업계 관계자의 맺는 말, "해외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란다..

이안의 생각 1
해외투자에 관해 어떤 정부규제가 있어서 그것이 투자걸림요소인지 이안은 잘 모르지만, 해외시장 활용이 정부가 지원하면 가능한 일일까? 규제를 풀어주면 우리나라 VC들은 정말 해외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해외 현지의 VC들과 경쟁하여 좋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네트워크가 있는가? 한국 벤처기업에 투자한 이후 해외 기업에 M&A가 되도록 주선하거나 해외 자금시장(예: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혹은 한국 벤처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진출 전략에 조언을 줄 수 있는가? 이런 준비가 안된 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영어 성적은 안좋으면서 엄마한테 외국 유학 보내주면 글로벌 인재 될 수 있다고 징징대는 학생 수준의 발언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 VC들에게 투자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들의 insight와 네트워크 활용도 큰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 나스닥에 상장한 모 인터넷 회사 경영진은 '초기에 우리 회사에 투자한 미국 VC가 아니었으면 나스닥 상장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미국 VC에서 투자받은 또 다른 회사의 경영진은 '그들은 투자하고 가만있지 않는다. 우리 회사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기업들과 제휴 논의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안의 생각 2
산업은행이 너무 비싸게 주고 사서 경쟁이 안된다..? 만약 산은이 투자실적 채우기에 급급하여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에 벤처회사들을 싹쓸이 하고 있다면 문제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산은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 sustainable한 환경은 아닐 것이다. 산은이 벤처투자 때문에 망할리야 없겠지만 최소한 벤처투자 부문을 폐쇄하거나 축소할테니까 말이다. 즉, 이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해서 이 곳 (실리콘밸리)의 VC와 얘기를 해 보면 중요한 건 valuation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벤처회사 (특히 early stage)의 valuation이라는 건 그야말로 '아무도 몰라요'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결정하는데에는 큰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다만 그 valuation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논리적 근거를 반박하면서 CEO의 비즈니스 감각에 대해 테스트를 하게 된다. valuation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의 돈'을 넣어야 CEO및 회사 사람들이 느슨해 지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쓸 수 있으냐이며, 또한 그 돈을 '어디에' 써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것이냐라고 한다. 즉, 벤처회사들이 투자를 유치하고 나면 '야호, 돈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벤처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뻘짓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돈 받고 나면 니들 알아서 써라가 아니라 어떤 용도로 사용해서 매출/이익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를 중요시 본다는 이야기다.. 너무나 쉬운 이야기 같지만서도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VC들이 대개 지분의 20% 정도를 가져가고 돈을 쏘게 되므로 '얼마의 돈' 문제는 valuation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안의 생각 3
코스닥 시장이 불황이라 exit이 안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꼭 VC의 잘못이라기보단 우리나라 비즈니스 환경이 M&A를 별로 곱게 안보는 것에 기인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있었던 첫눈-NHN과 같은 딜이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하겠다. 첫눈과 같은 벤처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외시장 진출하고 IPO도 하고 하면 물론 좋겠지만 아니다 싶을땐 NHN과 같은 마켓리더에게 인수를 당하는 것이 차선(혹은 최선?)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도가 심하여지면,미국에서처럼 web 2.0 기업의 전략이 구글에 인수당하는 거다라는 농담이 생기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환경에선 그정도로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꼭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벤처기업들이 좋은 회사에 인수가 되고 해서 IPO 이외의 exit route가 많이 생겨야 벤처 투자도 활발해지고 거꾸로 벤처를 하려는 사람들 (투기꾼이 아닌 innovator)이 많이 생겨나서 결국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국회의원 출마의 변 같군..ㅋㅋ)

종합해보면,
첫째, 한국에 투자처 없으니 해외투자 찾게 정부지원 필요하다는 말은 거시기하다
둘째, 한국 투자처 찾을 때 valuation에 초점을 맞추지 말자..
셋째, exit을 꼭 IPO만 고집할게 아니라 M&A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말로' 지금 시점에서 볼 때에는 투자할만한 회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둘째, 셋째와 같은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투자할만한 회사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전자신문 기사와 상반되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상반되는) 기사를 하나 소개함 (유럽 벤처업계에서 early stage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 : http://www.redherring.com/Article.aspx?a=18409&hed=Europe+VCs+Prefer+Early+Stage



오후에 August Capital이라는 VC에서 주최하는 VC파티에 다녀왔다. August Capital은 원래 Benchmark와 같은 펀드였는데 갈라섰다고 한다. 두 펀드가 같이 있을때 Microsoft에 투자를 했다니 유서깊은 VC인 것이다. 오늘 아침에 지나오면서 "야, 이건 고급주택촌인가보다.."라고 했던 그곳이 또다른 VC오피스였다.

파티에 들어가니 80%는 백인이며 middle age의 남자였다. 그나마 동양계는 entrepreneur들이 동양계(인도,중국 및 한국도 조금)가 많아서 connection을 위해 뽑는다고 하는데 흑인은 약 200명 가까운 사람 중에 딱 한명 눈에 띄었다. Glass ceiling이라는 단어를 실감케 하는 그런 자리였다. 이 와중에 눈에 띄이는 동양인들이 참 반가웠다.

파티에서 얘기를 나눈 몇몇에게 이안과 같이 간 파트너가 이안을 Entrepreneur from Korea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딱히 소개할 말이 없었던게지..ㅎㅎ) 소개를 받고나서 이야기 나눌때는 내 자신을 entrepreneur로 포지셔닝 해야했다. 100% 틀린말은 뭐 아니지 라고 위안하면서..ㅎㅎ

파티대화의 특징은 너무 겸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한 일, 혹은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자신있게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해야 듣는 사람도 재미있어 하고 네트워킹도 잘 된다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그냥 파티를 안가면 된다..ㅎㅎ 기왕 간바에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다는 것을 딱 세사람과 얘기해보고 나서 깨달았다..ㅋㅋ 처음 만난 사람에게 겸손버전으로 나갔더니 금방 자리를 떴는데 다른 한사람에게는 있어보이게 얘기를 했더니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그냥 사람의 성격 차이였을까? ^^;;)

오늘 나눈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연금이나 보험과 같은 LP들로부터 소규모 돈을 받아서 VC펀드에 다시 LP로 참여하는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역할이 왜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같이 간 파트너에게 물어봤더니 미국의 연금,보험 등은 워낙 규모가 큰데 반해 VC들은 투자규모가 크지 않고 숫자도 많아서 연금 및 보험이 일일이 VC들을 만날 수 없을 뿐더러 만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과 같은 중간 역할 (Fund of fund)가 나름의 value proposition을 가진다고 했다. 재미있는 얘기다.

또 한사람은 VC에서 투자한 회사가 영 조짐이 안좋고 경영진이 뻘짓하고 할 때 그 회사의 경영진으로 들어가서 회사 구조조정을 하는 역할의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turnaround에 초점을 맞출때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debt을 최소화하고 liquidity를 최대로 높여서 VC의 원금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역시 재미있는 얘기였다..

다들 파티를 즐기는데 촌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을 수 없어 사진으로 못 남겨서 아쉽다..뭐, 요즘 이안의 포스팅이 너무 비주얼 위주로 나갔으니 balance를 맞추는 의미에서 ^^;;
실리콘밸리의 Menlo Park에는 벤처캐피털들이 모여있는 길이 있다.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것과 같은 2-3층짜리 나즈막한 이쁜 건물에 IBM, 야후, 시스코, 구글, 바이두 등 지금은 거인이 된 Startup들에 투자를 한 Kleiner Perkins, Sequoia, Drapers 와 같은 큰 펀드에서부터 이안이 출근하는 작은 규모의 펀드까지 많은 수의 VC들이 모여있어서 venture capitalist 들과 entrepreneurs 들이 들락날락한다..이 동네는 사무실까지 평온한 분위기다. 차가 빨리 생기지 않으면 내일도 30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해야 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