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골의사님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되었다.

90년대 초중반 이메일이 아직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로 공짜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이메일 개념이 알려졌을때 시골의사님의 주변에선 다음과 같은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일년에 몇통이나 편지를 쓰겠냐? 사용하는 사람들 거의 없을 것이다
우표값이 얼마나 한다고..공짜로 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자고로 편지는 연필로 꾹꾹 눌러써서 정성이 베여야지..
개별 문장을 놓고 보면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아니다. 이어서 좀 더 옛날로 거슬로 올라가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때 반응도 소개한다.
기차는 수십명이 탈수 있는데 자동차는 4명밖에 못탄다
그런 자동차 한대 만드는데 기차보다 돈이 더 든다고 한다. 바보 아닌가?
역시 맞는 말이다.

이안이 신봉하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Disruptive Innovation' 관련 책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 책을 읽을 당시 이안이 가장 주목했던 점은 '온라인 대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학이란 자고로 MT도 가야하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같이 할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등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온라인 대학 (혹은 온라인 교육) 역시 말이 안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교육의 구성요소를 나눠본다면 '지식' '사회화' '감성' 등이 될 것인데, 그 중 '지식'은 특히 온라인에서 더욱 잘 습득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말이 좀 옆으로 샜는데, 이안이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현재의 패러다임에서만 본다면 좀 와닿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을 읽은 이후 그런 아이템만을 찾아왔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은 철저히 Disruptive하지 않으면 안전해 보일진 모르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나저나 시골의사님은 참 통찰력이 뛰어난 분 같다. 1시간 반이 아깝지 않을테니 링크 타고 가서 들어보시기 강추..

지난주에 방한한 크리스텐슨 교수가 국내 모 그룹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꼽사리 끼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크교수님의 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이야 워낙 유명하고 또한 블로그 포스팅 하나로 커버할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고, 그날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을 소개하자면,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은 과거에 Disruptive Innovation에 성공하여 미국 기업들을 따라잡았지만 이를 지속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에게 파괴 당했지만 계속해서 이노베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재역전할 수 있었다."


크교수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극명히 보여주는 이벤트가 지난 주에 열렸으니 바로 YCombinator(www.ycombinator.com) 라는 VC가 주최한 Startup School 이라는 이벤트였다. YCombinator는 주로 early stage에만 투자하는 VC이다. 매년 Summer Camp를 개최하는데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계획서를 받아서 선별하여 캠프에 참석케 한다. 이 캠프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각종 법률,재무,경영 지식 등을 가르쳐주고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유명인사들이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겪게 되는 각종 고충 및 경험 등을 공유해 준다. 또한 캠프 말미에는 다른 VC들로부터도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을 한다. TechStars (www.techstars.org)라는 곳도 이와 동일한 캠프를 개최한다

참석자의 면면과 강의내용 요약본을 보아도 그냥 마케팅적인 이벤트가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강의 내용 요약본은 아래 링크 참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페이팔의 founder가 나와서 '성인남자의 8%는 적녹색맹이니까 웹사이트의 색깔 톤은 blue로 하는게 낫다'와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고, '엔지니어 위주의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술적 perfection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라는 insightful한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의 부재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꽤 있는 걸로 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변화의 씨앗이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이 될 수 있을테니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행사를 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며..

http://www.bosstalks.com/topic/52

http://www.scribd.com/doc/18290/Y-Combinator-Startup-School-2007-Notes

조선일보 같은 큰 신문사의 단점은 간혹 major 업계나 업체가 아닌 경우 황당하게 사실이 아닌 기사를 쓰거나 엉뚱한 해석을 한다는 점인 반면, 장점은 크리스텐슨 교수 같은 사람을 만나러 미국까지 날라가서 일대일로 인터뷰까지 하고 아래 기사와 같은 기사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 http://www.chosun.com/economy/news/200611/200611160631.html)

크리스텐슨 교수는 (본인은 전혀 모르겠지만 ㅋㅋ) 이안에게 상당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안이 대학 시절에 학점만 잘 받아두었더라도 박사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결심을 했을 것 같을 정도로 감동을 주신 분이었다고 할까..경영학이라는 것이 과연 학문이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실 경영학에 대해서는 아카데믹스 사이에선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 분의 논리와 분석, 통찰력을 읽고 있자면 그런 생각은 안든다.

어쨌거나 재미있게도 크교수께 조선일보 기자가 '포털'에 대해 물어봤나보다. 원칙론적 답변이지만 크교수 왈, 세분화된 플레이어에 의해 포털도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 도대체 누가 포털을 위협할 세분화될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안의 생각으로는 '메타블로그' 사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돼지 눈엔 먹을것만 보인다고 이안이 요즘 블로깅에 심취하다보니 그런것일수 있겠지만, Blogosphere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런 것 같다. IT트렌드에 많은 비중이 있던 콘텐츠들이 역사, 정치, 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주제를 넓혀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타블로그 사이트를 통해 검색되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블로거'라는 이름을 가진 집단들만의 세계인 듯 하지만 점차 유저층이 두꺼워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기대이다.

포털들이 'Blogosphere'라는 곳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올블로그나 테크노라티 같은 메타블로그들이 언젠가 포털의 위협이 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물론 올블,테크노라티등도 앞가림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이안이 컨설팅 회사에서 일할 때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을 시간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도 베인에 있었다고 하면 그 좋은 회사를 왜 나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정말로 있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다른 경험'을 좀 해보고 싶어서였다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그 다른 경험의 많은 부분은 '책읽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책을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베인을 그만두고 인터넷 기업인 N모사로 가기 전에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Innovator's dilemma'였다. (장 모 선배가 추천해줬었다) 왜냐면 그 때 이안의 시각에서 N모사는 Innovative company였기 때문에 뭔가 건질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때부터 크리스텐슨 교수의 글에 상당히 'feel'을 받아오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Innovator's dilemma'에서 한때 업계의 대표기업으로 불리던 회사들이 왜 실패하게 되고 뒤떨어지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에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Disruptive Technologies”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여기서의 기술이라 함은 꼭 엔지니어적인 시각보다는, 고객과 시장을 대하는 기업의 전반적인 방식을 총칭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업계의 대표기업이라고 하면 현재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needs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value proposition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현재 고객의 needs충족에만 관심이 있고, 현재 커다란 매출과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현재 관점에서 보면 시장도 너무 작고, 별로 중요할 것 같지도 않고, 심지어는 전혀 수익을 낼 것 같지 않은 “disruptive technologies”의 중요성에 대해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현재 효자 종목에서 매출 및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가 지금은 비록 뜨지 않고 있으나 그것이 뜰 경우 엄청난 파워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되어 정작 그러한 신기술이 시장에서 떴을 때 이를 준비해온 기업에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안이 몸담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 최근에 발생한 네이버의 첫눈 인수 사례(N+1)를 보고(?) 이안은 크리스텐슨 교수의 이론이 새삼 떠올랐다. 네이버는 지식검색의 성공 이후 국내 인터넷 업계를 그야말로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쿼리 수 기준으로 검색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 수치는 구글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척박했던 국내 웹검색 시장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DB를 쌓는 Innovative한 접근방식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만들어낸 혁신/리딩기업인 것이다. 지금은 게이버니 어쩌니 안티 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네이버 덕분(?)에 국내 인터넷(특히 검색)시장이 이만큼 발전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네이버가 매출 한푼 나오지 않는 신생기업인 첫눈을 인수했다. 그것도 350억에!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너무 비싸게 샀다고 얘기들을 하지만 이안의 시각에는 완전 껌값에 산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크리스텐슨의 이론을 생각해보자.

네이버 입장에서 첫눈의 기술 (여기서의 기술이란 꼭 스노우랭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첫눈이 지향한 '바다정책' - 첫눈의 바다정책은 구글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인터넷이라는 넓은 바다에 떠있는 모든 정보들을 검색해오겠다는 것이다. 즉 네이버처럼 자체 DB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정책이다 - 을 지칭한다)은 'disruptive technology'인 것이다. Why? 현재는 외부DB보다는 네이버의 블로그, 지식인, 카페, 뉴스 등이 더 양질의 검색결과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안처럼 블로깅을 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질 역시 계속 높아질 것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네이버 외부의 DB가 네이버의 지식인을 양과 질 측면에서 넘어서게 되리라는 얘기이다. 그때엔 결국 네이버보다는 첫눈이나 구글과 같이 검색기술력이 좋은 회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을 리드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네이버도 젊은 기업이기에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진 않겠지만, 첫눈과 같은 잠재적 위협이 될 회사를 가만 두어 좋을 것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진출'이라는 의기투합용의 또 다른 명분도 있었으니 첫눈 인수에 350억을 쓴 것이 전략적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아깝지 않은 돈
인 것이다. (적어도 이안의 생각에는 그렇다) ('일본진출'이라는 목적의식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네이버 입장에선 다양한 포석이 있었다는 얘기이니 N+1과 이안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오해는 말아주시길)

크리스텐슨 교수의 또 다른 훌륭한 저서인 'Seeing what's next'를 보면 혁신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는 주요 경우의 수로서 기존기업(네이버)이 혁신기업(첫눈)을 인수해버리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러한 시도가 전체 시장에, 고객(유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결국 '혁신의 느린걸음'에 나왔던대로 기존기업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효율적인 균형상태'를 연장시킨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가 후세에 그런 욕을 안먹으려면 딜의 취지대로 '일본시장'에서 성공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하며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언젠가 한국에도 '바다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