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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2 Innovator's dilemma와 N+1 (9)

이안이 컨설팅 회사에서 일할 때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을 시간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도 베인에 있었다고 하면 그 좋은 회사를 왜 나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정말로 있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다른 경험'을 좀 해보고 싶어서였다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그 다른 경험의 많은 부분은 '책읽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책을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베인을 그만두고 인터넷 기업인 N모사로 가기 전에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Innovator's dilemma'였다. (장 모 선배가 추천해줬었다) 왜냐면 그 때 이안의 시각에서 N모사는 Innovative company였기 때문에 뭔가 건질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때부터 크리스텐슨 교수의 글에 상당히 'feel'을 받아오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Innovator's dilemma'에서 한때 업계의 대표기업으로 불리던 회사들이 왜 실패하게 되고 뒤떨어지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에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Disruptive Technologies”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여기서의 기술이라 함은 꼭 엔지니어적인 시각보다는, 고객과 시장을 대하는 기업의 전반적인 방식을 총칭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업계의 대표기업이라고 하면 현재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needs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value proposition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현재 고객의 needs충족에만 관심이 있고, 현재 커다란 매출과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현재 관점에서 보면 시장도 너무 작고, 별로 중요할 것 같지도 않고, 심지어는 전혀 수익을 낼 것 같지 않은 “disruptive technologies”의 중요성에 대해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현재 효자 종목에서 매출 및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가 지금은 비록 뜨지 않고 있으나 그것이 뜰 경우 엄청난 파워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되어 정작 그러한 신기술이 시장에서 떴을 때 이를 준비해온 기업에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안이 몸담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 최근에 발생한 네이버의 첫눈 인수 사례(N+1)를 보고(?) 이안은 크리스텐슨 교수의 이론이 새삼 떠올랐다. 네이버는 지식검색의 성공 이후 국내 인터넷 업계를 그야말로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쿼리 수 기준으로 검색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 수치는 구글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척박했던 국내 웹검색 시장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DB를 쌓는 Innovative한 접근방식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만들어낸 혁신/리딩기업인 것이다. 지금은 게이버니 어쩌니 안티 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네이버 덕분(?)에 국내 인터넷(특히 검색)시장이 이만큼 발전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네이버가 매출 한푼 나오지 않는 신생기업인 첫눈을 인수했다. 그것도 350억에!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너무 비싸게 샀다고 얘기들을 하지만 이안의 시각에는 완전 껌값에 산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크리스텐슨의 이론을 생각해보자.

네이버 입장에서 첫눈의 기술 (여기서의 기술이란 꼭 스노우랭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첫눈이 지향한 '바다정책' - 첫눈의 바다정책은 구글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인터넷이라는 넓은 바다에 떠있는 모든 정보들을 검색해오겠다는 것이다. 즉 네이버처럼 자체 DB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정책이다 - 을 지칭한다)은 'disruptive technology'인 것이다. Why? 현재는 외부DB보다는 네이버의 블로그, 지식인, 카페, 뉴스 등이 더 양질의 검색결과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안처럼 블로깅을 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질 역시 계속 높아질 것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네이버 외부의 DB가 네이버의 지식인을 양과 질 측면에서 넘어서게 되리라는 얘기이다. 그때엔 결국 네이버보다는 첫눈이나 구글과 같이 검색기술력이 좋은 회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을 리드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네이버도 젊은 기업이기에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진 않겠지만, 첫눈과 같은 잠재적 위협이 될 회사를 가만 두어 좋을 것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진출'이라는 의기투합용의 또 다른 명분도 있었으니 첫눈 인수에 350억을 쓴 것이 전략적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아깝지 않은 돈
인 것이다. (적어도 이안의 생각에는 그렇다) ('일본진출'이라는 목적의식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네이버 입장에선 다양한 포석이 있었다는 얘기이니 N+1과 이안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오해는 말아주시길)

크리스텐슨 교수의 또 다른 훌륭한 저서인 'Seeing what's next'를 보면 혁신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는 주요 경우의 수로서 기존기업(네이버)이 혁신기업(첫눈)을 인수해버리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러한 시도가 전체 시장에, 고객(유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결국 '혁신의 느린걸음'에 나왔던대로 기존기업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효율적인 균형상태'를 연장시킨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가 후세에 그런 욕을 안먹으려면 딜의 취지대로 '일본시장'에서 성공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하며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언젠가 한국에도 '바다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