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문을 읽다가 '노브랜드'라는 의류생산업체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신문기사는 여기. 여성의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우리나라 중견업체인데 DKNY,바나나리퍼블릭,Gap 과 같은 세계 유명브랜드에 청바지나 티셔츠 등을 납품한다고 한다. 납품받는 업체들을 가만 보면 워낙 베이직한 스타일의 옷을 고집하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그냥 OEM(주문자생산방식)업체구나..뭐가 기사거리지? 곧 중국이나 스리랑카 업체에 밀릴텐데..'하고 생각하는 순간, 재미있는 문장을 발견했으니, "주어진 디자인에 따라 봉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체기술로 기획/디자인/생산을 한다"고 한다. 디자인과 기획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년간 50억원(매출의 2%)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단다. 심지어 뉴욕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있으며 랄프로렌 출신의 디자이너를 영입했다고 한다.
오호..이렇게 되면 바나나리퍼블릭과 같은 업체들은 노브랜드가 주는 옷에 상표만 달아서 판매하는 꼴이 된다. 즉 바나나리퍼블릭은 옷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 회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남이 기획과 디자인까지 한 옷을 골라서 사온 후 바나나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와 유통채널로 퍼블리싱 하는 셈이다. (쓰고 보니 게임 퍼블리싱과 상당히 비슷하네)

노브랜드의 사례는, 기존의 대기업이 '아웃소싱'이라는 편한 방식을 통해 하나씩 하청업체에게 맡기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하청업체가 산업의 가치사슬 내의 왠만한 범위를 다 커버하게 되어 나중에는 힘의 균형이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노브랜드 사장님도 '외국유명브랜드를 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벤처회사의 창업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을 포함하여 어떤 산업에서든 산업의 경쟁구도 내에서 약자로서 사업을 시작할 때 노브랜드와 같은 야금야금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노브랜드처럼 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야금야금 자신의 나와바리를 넓히는 것도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텐슨 교수가 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부르듯, 지금은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서 대기업이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야금야금 넓혀가는 전략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안이 요즘 추진하는 일도 '후자'에 속하는 것도 같다..ㅋ


